‘좌충우돌’ 22년, 매력·감동 상실한 강원랜드...‘사면초가’ 빠진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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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카지노가 지난 28일로 개장 22주년을 맞았다.
2000년 10월 28일 스몰 사이즈로 개장한 강원랜드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사행산업이라는 핸디캡에 도박중독 문제까지 겹치며 규제 강화와 ‘독점 부메랑’은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고 고객 불만 고조에 외부의 도전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재앙 수준의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강원랜드는 ‘고난의 행군’을 거쳤지만 폭락한 주가가 증명하듯 시장은 강원랜드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캄보디아 카지노는 물론 일본과 태국 복합카지노 개장을 앞두고 강원랜드에 ‘몰락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게임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혁신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강원랜드에 실망한VIP와 우수고객들은 온라인과 사설카지노 및 원정도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최악의 위기를 맞아 프레시안은 2회에 걸쳐 강원랜드의 얼룩진 과거와 암울한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1. 짜증과 불편, 시행착오 22년…낙하산 인사·규제 강화·서비스 퇴보→총체적 난국
‘강원랜드는 딜러만 있으면 팡팡 돌아간다’
카지노 업계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던 한 인사는 강원랜드를 이렇게 혹평한다.
정치권에서 낙하산을 타고 온 역대 사장들은 사상 최대 경영치적 부각에 바빴다.
이른바 ‘채용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모 사장은 2011년 7월 취임했다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2014년 2월 퇴임했는데도 2013년 매출은 1조 2836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국회의원출신 함승희 사장은 2014년 1조 4923억 원, 2015년 1조 6310억 원, 2016년 1조 6946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전문성과 거리가 멀고 카지노의 ‘카’자도 모르지만 독점기업 탓에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매출과 경영성과는 사상 최고 보도자료로 자랑했다.
강원랜드 역대 사장 가운데 설립취지를 가볍게 여기고 정치적인 야심을 품고 온 낙하산들이 회사 이미지 훼손과 강원랜드 가치 추락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 첫 위기는 일파만파 소용돌이를 일으킨 ‘채용비리’. 채용비리 사태로 강원랜드와 지역사회에 씻을 수 없는 수모와 불명예는 물론 ‘채용한파’까지 덮치게 만들었다.
채용비리 사태 이후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출신 채용축소와 강원관광대학교 학생들의 취업난으로 폐교가 앞당겨지고 있다.
아울러 채용비리 사태로 감사원 제2사무총장 출신이 후임사장으로 왔으나 지역사회와 불통논란으로 상가마다 ‘문태곤 출입금지’ 홍역파문에 경영성과도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 번째 위기는 휴장과 부분영업 등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뒤 우수 고객들의 ‘탈 강원랜드화’는 규제강화와 서비스 질 추락이 만든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다.
두 사건 모두 사전 예고도 없이 찾아왔으나 채용비리는 강원랜드의 이미지를 급전직하 시켰고 코로나 팬데믹은 우수고객들을 온라인과 사설카지노 등 불법 도박으로 내모는 직격탄이 되었다.
고객 L씨는 “코로나 팬데믹기간 강원랜드의 휴장과 부분개장으로 상당수는 접근성이 좋고 고객편의적인 온라인 도박에 발길을 돌렸다”며 “강원랜드는 더 이상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호 지역살리기공추위원장은 “코로나 기간에 속칭 앵벌이 여럿이 온라인 도박 브로커로 나선 뒤 거액을 챙길 정도로 강원랜드 주변까지 온라인 불법도박이 성업 중”이라며 “온라인도박은 다단계 판매방식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강원랜드 등 오프라인 게임이 위축되자 온라인 불법도박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호기를 만들었다”며 “온라인도박은 접근성과 베팅조건, 환급성 등에서 강원랜드는 상대가 안 될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 앤데믹 이후 강원랜드의 실적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강원랜드 주가는 1만 4000원대를 맴돌 정도로 바닥을 헤맨다.
박종철 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장은 “정부는 현재의 사이즈로 강원랜드를 계속 끌어갈 생각으로 보여진다”며 “희망이 없는 공기업이 강원랜드”라고 전했다.
최장수 강원랜드 사외이사를 지낸 박종철 회장은 부적절한 경영을 했다며 강원랜드 사장을 고발하고 청와대와 산업부를 찾아가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주변에 강원랜드 주가는 성장성이 전혀 없으니 팔아 치우라고 권유한다”며 “골치 아픈 사행산업이라는 점에 설립취지를 망각하는 (관료들의)무관심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강원랜드에 고객 서비스가 실종되고 ‘고객은 왕이 아니라 봉’이 될 정도로 매력을 상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세계 최악의 난장판 카지노로 지적하는 강원랜드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RS 추첨방식 입장제도 ▲하루 20시간 게임시간 규제 ▲베팅 한도(5~30만원) ▲출입일수 제한(월 15일, 분기 45일 미만) ▲음주단속 ▲테이블 휴대전화 사용금지 ▲게임좌석 휴식시간 제한 등이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 고객들은 매일처럼 ARS 신청을 시작으로 입장전쟁, 자리 쟁탈전, 딜러와 보안 눈치보기 등이 공공연한 일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 20년 좌충우돌 경험담과 에피소드를 출간한 이겨울씨는 “카지노를 합법화했으면 레저오락장으로 즐기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도박장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일부 딜러는 친절하지만 상당수 딜러는 사무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지노 개장 22년을 맞으면서 서비스와 게임환경 등 고객들이 느끼는 시스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이런 시스템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계속 오게 될 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강원랜드 고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BK 카페’(강원랜드 이기는 방법) 고객들은 강원랜드의 열악한 게임환경과 서비스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 A씨는 “테이블에서 하루 저녁 100~200만 원을 베팅해도 콤프 적립이 적어 사북식당에서 밥 한 끼 사먹을 수도 없는 수준”이라며 “한 번 떠나간 고객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원랜드는 모르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이 차고 넘치니 고객을 우습게 볼 정도로 서비스마인드가 한심하다”며 “고객을 기다리는 외국 카지노와 달리 강원랜드는 좌석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역설적으로 고객서비스가 실종되었다는 지적이다.
20년 넘게 강원랜드를 출입했다는 P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왔지만 (카지노)입장순간부터 짜증과 불편이 시작된다”며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베팅을 즐기는 시스템이 전혀 갖추지 못한 황당한 카지노”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고객 이탈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열악한 게임환경은 정부의 과잉규제 탓이라는 것이 고객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마카오 베네시안 카지노 모습. 동남아 카지노는 24시간 고객들이 편안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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